선민과 우민, 그리고 독재

“1인 또는 소수자에게 정치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정치형태”라는 독재의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독재체제가 지니는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기는 부족한 것 같다. 예컨대, 한국의 헌법은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형태인데 이를 두고 한국을 독재국가라고 평한다면 한국인은 섭섭하지.

사람들이 북한을 두고 권력을 세습하는 왕정국가와 같은 행태를 보인다는 점을 비난하더라만, 물론 추악한 권력의 세습을 반대한다만 그것은 논외로 하고, 권력의 세습행태만을 가지고 북한의 독재정권을 규정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같은 나라들도 왕정국가지만 이들을 독재국가라고 비난하기에는 좀 미안한 면이 있지.

공공경제학자 애로우는 사회적 선호체계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성격을 제시했는데, 애로우의 공리 중에는 비독재성, 즉 “사회적 선호체계가 단 한사람의 선호만 반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단 한사람의 선호가 사회 전체의 선호를 좌우하는 현상을 독재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사회구성원들이 지도자 1인의 선호를 따라서 각자 자신의 선호를 결정한다면 독재사회를 불러온다고 하겠다.

북한정권의 독재성이 역겨운 것은 추악한 권력의 세습행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 주민들 모두가 우상화된 자신들의 지도자 1인의 선호에 따라서 각자의 희노애락을 결정하도록 교육받고 강요되는 종교적 신념이 지배적인 체제이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경우도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당시 독일인들은 히틀러의 영도에 맹종함으로써 히틀러는 희대의 독재자가 될 수 있었다.

박근혜의 탄핵이후 문재인이 집권하기 전부터 언론과 미디어들이 문재인 집단에 설설 기는 행태를 보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집권 이후 언론과 미디어의 행태들을 보면 MB나 박근혜 시절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독재스런 악취가 풍겨난다. 집권세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지, 보도지침을 내리는지, 인사개입을 하는지를 내가 어찌 알겠나. 그러나 오늘날 언론의 행태를 두고 기자정신이 살아있다거나 권력에 대한 비판에 충실하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문재인 빼고는 없으리라 본다.

문재인을 독재스럽게 만드는 자들은 다름아닌 소위 문빠라 불리우는 문재인의 지지자들이다. 어디 드루킹류의 여론조작만 있었겠나. 주지하다시피, 집권초기부터 김여사에게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며 기자 한 놈을 아작내어 버리거나 ‘대한미국’ 이미지를 조작해서 언론에 덮어씌우려 하고, 중국인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한 한국인 기자들을 두고 “기레기가 맞을 짓 했겠지”라며 2차의 언어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양념을 좋아한다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따라서 틈만나면 남의 당의 정치인에게 문자폭탄을 보내고, 문재인에게 조금만 비판적이면 우르르 몰려와서 행하는 온라인에서의 이지매 행동, 심지어 오프라인에서의 물리적 폭력까지.

문빠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득인지도 관심없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 모르면서 오로지 가치의 기준을 문재인에게만 둠으로써 ‘문재인 정권의 한국’을 ‘문재인 독재정권의 한국’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해치는 자들은 다름아닌 바로 문재인 집단이며, 이들은 매일 독재사회의 도래를 바라는 추악한 주문을 걸고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문빠들을 죄악시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원래 30대 아주머니들이야 동네에 잘생긴 할아버지라도 한 명 있으면 쓸데없는 관심을 보이는 일이 다반사 아닌가. 어쩌다가 아침에 잘생긴 할아버지 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 집에다 오늘 할아버지 사무실에 출근 왜 안하셨냐고 쓸데없는 걱정을 담은 전화질을 해댄다고 하더라. 아이돌 팬심 모양으로 기왕이면 잘생긴 할아버지가 청와대에서 개밥 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소비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활력소라고 하는데 뭐라 탓할 수 있겠나.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지 않나. 문재인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철없는 아주머니들이 양념을 버무린 이지매 행동을 보이면서 문빠질을 하더라도 그 집단 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난다면 폐해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집단 내의 집권세력과 반정반민(半政半民)의 선동가들은 오히려 이들을 부추기고 있으며, ‘양념’이라는 안이한 인식에서 드러나듯이 문재인 본인이 용인하지 않으면 이런 독재적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집단은 오래 전부터 문재인만이 절대 선이며 길이고 진리라는 사상을 이른바 깨시민에게 주입함으로써 문빠들을 선민의식에 젖은 집단으로 양성해왔다. 그러나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둥 ‘나라를 팔아먹어도 문재인’이라는 둥 우상화된 개인에게 절대적 충심을 보내는 종교적 신념에 가득찬 선민(選民)은 독재를 불러오는 우민(愚民)과 다름없다. 문재인 집단의 씻을 수 없는 죄악은 문재인 개인을 우상화하여 철없는 유권자를 우민화함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를 20년 이상 후퇴시켰다는 것이다.

각성하라. 민주주의는 다원주의에 기초해서 성장한다. 당신의 지도자가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홍준표든 당신의 지도자를 위해 당신의 희노애락을 결정하지 마라. 당신의 지도자가 당신의 선호에 따라 정치를 펼치도록 요구해라. 당신의 지도자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짓을 하지는 마라.


#독재  #문빠  #문재인  #선민  #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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