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17의 게시물 표시

사드의 전설을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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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미국을 위하여 한국이 중국 핵미사일의 표적이 되어야 하나?” 이 도발적인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경악하면서 ‘당연히 그리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로 취급당하고 우리가 미국인의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것 같아 격앙되었고, 이래서 반미성향의 운동가들이 정권을 잡아야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이고 당당한 나라가 된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자극하는 질문에 자존심이 상했고 이성적으로 답하기 어려웠다. 오래전부터 사드(THAAD)에 대하여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전설이 진보진영을 지배했다. 요지는 한국이 미국 MD시스템의 전초기지가 되면 미 vs. 중 핵전쟁 발발시 중국은 미국 본토로 가는 자신의 미사일을 추적하기 위한 MD기지인 한국부터 핵공격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나도 경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드와 MD에 대한 거부감이 무뎌지게 되었다. 사실은 굳이 사드가 아니어도 이미 중국은 한국의 주요 지점들을 향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조준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도 한반도 전체를 레이더로 감시하고 있으면서 한국에 배치되는 X밴드레이더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동맹군인 주한미군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사드를 배치하는 것도 수용하게 되었다. 최근 사드배치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사드 관련 몇 가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정치인들이야 자기가 속한 세력의 우위를 위해 다소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도 섞어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대중에 호소하겠지만, 정치인도 아닌 내가 그런 감정적인 호소에 휘둘릴 필요도 없고 보다 이성적으로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나름 진보진영에 속해 있는 사람이지만 안보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겠나. □ 사드는 미국의 중국 감시용 레이더? 먼저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미국의 중국 감시용 레이더라는 주장부터 허구임을 확인한다. 나도 이 주장을 믿고 있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북한과 중국의 동부.동북부에서 태평양

청와대, 관료의 덫, 그리고 벌거벗은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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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의 주도권을 청와대가 틀어쥐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부터이다. 군사정권을 끝내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던 김영삼은 강력한 청와대를 구축하여 정부를 통제함으로써 정치군인들의 입김을 배제하려는 집권플랜을 가지고 있었다. 집권말기 외환위기를 감지하지 못했지만 김영삼의 강력한 청와대는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정부 곳곳에 산재해 있던 하나회 인맥을 숙청하는데 성공했고 금융실명제를 밀어부쳤던 것도 청와대의 작품이었다. ‘관료의 덫’은 대통령이 관료들의 논리에 매몰되어 정부가 개혁성을 잃고 진부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던 김영삼 뿐만 아니라 이후의 대통령들도 모두 집권 2년차가 지나면 관료의 덫에 빠져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노인네로 전락해버렸다. 일례로 김대중의 경우 수십년간 야당 생활만 하면서 참모들이 쪽지에다 적어주는 메모 수준의 보고만 받다가 집권하고나니 관료들이 써준 두툼하고 논리정연한 보고서에 쏙 빠져버렸다고 한다. 관료의 덫에 빠지고 나면 장관들은 자신을 대신해서 정치적 책임을 져주는 심부름꾼이고, 여야의 국회의원들은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말싸움만 하는 무능하고 한심한 놈들이라는 일반의 시각과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관료의 덫은 김영삼의 청와대처럼 대통령이 관료들을 멀리하고 두터운 참모진에 둘러싸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통령→비서→부처로 연결되는 명령체계 하에서는 부처의 관료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대통령의 비서들에게 줄을 대려한다.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통령 비서의 입맛에 맞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비서들은 대통령의 심기경호를 위해 관료들의 논리에 의존하게 되고 대통령은 더욱 비서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결국 관료→비서→대통령으로 의사결정 전달체계가 완성되고 대통령은 단순히 관료의 정책을 공식화하는 도구로만 기능하게 된다. 극단적인 사례가 박근혜였다. 박근혜는 비서들에게 둘러싸여 장관 대면이 뭐가 필요하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노무

진보적 국제정치학자도 전술핵 배치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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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YXsY093n3Q https://youtu.be/sikkW8ehTDo 홍현익 박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이름은 모르더라도 TV토론프로에도 자주 출연하기 때문에 시사이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얼굴은 알 것이다. 국제정치학자 중에서도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으로 심지어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뭐가 문제냐며 옹호하는 사람이다. 그런 홍현익 박사도 북핵에 대응하여 우리나라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사실은 나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전까지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보다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옵션을 가속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었는데, 지금은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여 ‘가시적인 핵균형’을 이루는 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안보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또는 통일부 경력으로 대학교수자리를 꿰차고 있는 허접한 실력의 학자들이나 현재 문재인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자들, 그리고 정의당과 민주당의 주류만이 전술핵 배치를 반대하는 것 같다. 솔직히 자한당에서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니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버릇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문가들도 정부와 여권 주류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말을 못해서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보수적인 국제정치학자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문재인의 외교안보 참모이자 현재 상하이 총영사로 부임한 박선원[**] 등 홍현익 박사 같은 진보적인 학자들도 상당수가 전술핵 배치가 옳다고 보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진보적인 사람으로서 현재 여권의 지지자일지라도, 혹시 자신이 자한당이 주장하는 전술핵 배치는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정치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진영논리에 매몰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시기 바란다. 여기서 게시하는 첫번째 영상은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학술회의에서 홍현익 박사의 토론인데, 전작권 관련 내용은 조금이고 실제 토론내용의 대부분은 전술핵

무서운 이야기: 벼랑끝 전술과 위험의 경사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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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벼랑끝 전술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경상도 지방에 갑돌이와 갑순이가 한마을에 살았더랬죠. 갑돌이는 갑순이를 너무나 사랑해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기로 합니다. <그림 1>처럼 갑돌이는 벼랑끝에 서서 갑순이에게 결혼해주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합니다. 갑돌이의 청혼에 대한 갑순이의 반응은 상상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상도 처녀들은 이렇게 반응하죠. “문디 머슴아 지랄하네. 콱 뛰 내리뿌라!” 벼랑끝 전술 방식의 청혼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갑순이는 갑돌이가 벼랑끝에서 뛰어내려봤자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목숨을 잃을 것을 알고 있으므로 갑돌이가 뛰어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갑순이가 갑돌이에게 청혼한번 해보라고 시킨 게 아니라면 갑돌이의 소원을 들어줘봤자 자신이 얻을 것도 없고 청혼을 거절해도 갑돌이가 뛰어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갑돌이의 청혼을 받아줄 리가 만무하지요. #2. 위험의 경사구조 청혼에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드리죠. 진짜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야 합니다. <그림 2>는 갑돌이가 비탈의 입구에 서서 청혼하는 경우입니다. 갑돌이가 뒤로 물러설수록 비탈의 경사가 급해지고 비탈의 끝은 벼랑입니다. 갑돌이는 청혼하면서 한발짝 물러섭니다. 처음에 갑순이는 콧방귀를 뀌겠죠. 그러면 갑돌이는 다시 한발짝씩 물러서면서 청혼합니다. 갑순이가 청혼을 받아줄 때까지 한발짝씩 물러서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한발짝씩 물러서는 겁니다. 갑순이는 점점 불안해지고 갑돌이가 비탈의 끝으로 다가갈수록 자신이 청혼을 받아주지 않으면 갑돌이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할까봐 결국에는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림의 비탈을 보면 갑돌이가 뒤로 물러서면서 벼랑끝에 도달하기 전 어느 지점에선가 미끄러져 벼랑 아래로 떨어질 거라는 것은 모두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돌이가 미끄러질 임계점이 어디인지를 특정하기는 어렵죠. 이 방법이 성공하는 이유는 갑돌이가 목숨을 잃을 임계점이 어느 지점인지 아무도 모

블로그 개설

얼떨결에 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개설해 봤습니다. 컴맹이라서 이걸 가지고 뭘 할 수 있는지, 뭘 할 것인지 잘 모르겠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뭐... 일단 해보다가 어려우면 그냥 닫아버려도 되겠죠. 그냥 차근차근히 공부해가면서, 또 중간중간마다 쉬어가면서, 느릿느릿하게 써 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