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벼랑끝 전술과 위험의 경사구조



#1. 벼랑끝 전술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경상도 지방에 갑돌이와 갑순이가 한마을에 살았더랬죠. 갑돌이는 갑순이를 너무나 사랑해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기로 합니다. <그림 1>처럼 갑돌이는 벼랑끝에 서서 갑순이에게 결혼해주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합니다. 갑돌이의 청혼에 대한 갑순이의 반응은 상상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상도 처녀들은 이렇게 반응하죠. “문디 머슴아 지랄하네. 콱 뛰 내리뿌라!”

벼랑끝 전술 방식의 청혼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갑순이는 갑돌이가 벼랑끝에서 뛰어내려봤자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목숨을 잃을 것을 알고 있으므로 갑돌이가 뛰어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갑순이가 갑돌이에게 청혼한번 해보라고 시킨 게 아니라면 갑돌이의 소원을 들어줘봤자 자신이 얻을 것도 없고 청혼을 거절해도 갑돌이가 뛰어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갑돌이의 청혼을 받아줄 리가 만무하지요.

#2. 위험의 경사구조

청혼에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드리죠. 진짜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야 합니다. <그림 2>는 갑돌이가 비탈의 입구에 서서 청혼하는 경우입니다. 갑돌이가 뒤로 물러설수록 비탈의 경사가 급해지고 비탈의 끝은 벼랑입니다. 갑돌이는 청혼하면서 한발짝 물러섭니다. 처음에 갑순이는 콧방귀를 뀌겠죠. 그러면 갑돌이는 다시 한발짝씩 물러서면서 청혼합니다. 갑순이가 청혼을 받아줄 때까지 한발짝씩 물러서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한발짝씩 물러서는 겁니다. 갑순이는 점점 불안해지고 갑돌이가 비탈의 끝으로 다가갈수록 자신이 청혼을 받아주지 않으면 갑돌이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할까봐 결국에는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림의 비탈을 보면 갑돌이가 뒤로 물러서면서 벼랑끝에 도달하기 전 어느 지점에선가 미끄러져 벼랑 아래로 떨어질 거라는 것은 모두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돌이가 미끄러질 임계점이 어디인지를 특정하기는 어렵죠. 이 방법이 성공하는 이유는 갑돌이가 목숨을 잃을 임계점이 어느 지점인지 아무도 모른다는데 있습니다. 갑순이는 갑돌이가 임계점을 모른 채 뒤로 물러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갑돌이가 어딘지 모를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청혼을 받아주어야만 갑돌이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눈앞에서 생명을 잃는 참사를 막기 위해 청혼을 받아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갑돌이는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갑순이에게 맡김으로써 청혼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성공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갑순이의 결단이 늦으면 갑돌이가 죽는다는 것입니다.

#3. 엇갈린 입장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남 vs. 북의 대립구도로 파악하려 하지요. 대립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남북대화와 경제교류를 통한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 내려고 합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미 vs. 중의 패권경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모택동은 미국이 압록강을 넘을까봐 두려워 ‘항미원조전쟁’의 참전을 결심했었죠.

북한은 한반도 문제를 북 vs. 미의 대립구도로 몰아가려 합니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미국과의 종전협정으로 바꾸기를 원하고 종전 후 주한미군의 철수를 노리고 있지요. 북한이 원하는 종전협정의 당사국은 북한과 중국을 일방으로 하고 상대방은 미국입니다. 이승만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추진하는 ‘통미봉남’의 명분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도 중요합니다.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데는 관심이 있으나 한반도 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싶어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시의 ‘2개의 전쟁’ 전략은 중동과 극동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극동에서 동맹의 책임을 부담해준다면 미국은 중동과 극동에서 동시에 전쟁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미국의 외교기조가 비개입주의로 돌아섰음을 의미했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동북아의 안보는 한국과 일본이 맡고 미국은 발을 빼겠다는 것과 같았습니다.

#4. 두 가지 옵션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일단 실패했습니다. 상대방이 미국이라면 북한에게 벼랑은 ICBM이었는데,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해놓고선 실행에 옮기지 못했죠. 애꿎은 일본의 머리 위로 미사일을 날렸으니 일본은 신났습니다. 군사대국화의 명분이 생겼으니 말입니다.

허풍이 탄로났으니 미국은 북한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한반도의 위기국면을 종결할 권한은 트럼프가 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북미중 4개국에게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해버리는 바람에, 비록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여 완성된 핵무장을 증명하기 전에 수개월 내로 트럼프는 어느 쪽이든 결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의 보도들을 보면 미국 내에서 대략 두 가지의 옵션이 논의되고 있는 듯 합니다. 첫번째는 군사적 대응입니다. 북한의 움직임이 있을 때 선제타격이나 아예 예방전쟁을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한과 중국 모두 이것은 반대할 것입니다. 아무리 외과수술식 선제타격을 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전면전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1천만 서울시민은 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한 인계철선입니다. 시진핑도 트럼프를 만류할 것이고 트럼프도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군사적 대응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트럼프가 선택가능한 두번째 옵션은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입니다. 북중과 미국이 종전협정을 맺고 북한의 핵을 동결하는 것이죠.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핵을 동결하는 것이지 이미 가진 핵을 폐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하기 어렵죠. 북한은 파키스탄 케이스와 다릅니다.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미국에 제공할 이익이 없지요. 그리고 북한의 핵동결은 비핵국가들의 핵도미노를 유발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옵션은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므로 미국입장에서는 굴욕적이라는 것이 한계점이죠. 이 옵션을 선택하게 하려면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트럼프에게 명분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인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5. 상상의 나래

여기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를 상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전을 끝내고 종전협정을 맺었으니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이 없다며 남한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겠지요. 그러면 만약 주한미군이 없다면 북한은 스스로 자신의 핵을 폐기할까요? 북한은 자신이 주장하던 ‘미제(美帝)의 전쟁책동’이 사라지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들며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한미가 북침하지 않으며 자신을 물리적으로 붕괴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으로 끊임없이 남한을 위협하면서 고립시키고 경제력을 착취하려 들 것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군사적 대립이 아니라 ‘체제경쟁’입니다. 우리가 민주주의체제를 포기하고 북한의 1인독재세습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북한도 1인독재세습체제를 포기하고 남한의 민주주의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북한정권에게 근본적인 위협은 미군이 아니라 남한의 민주주의체제인 것입니다. 북한정권은 남한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자신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남한이 존재하는 한 남한이 이끄는 북한의 개방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남한의 존재가 바로 북한이 개방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며, 북한은 체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한과 공존할 수 없고 핵무장을 통해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것입니다.

#6. 모두를 위한 변명

북한은 멍청한 미치광이가 아닙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위험하지만 합리적인 도박을 선택한 것입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국과 직접 대립하지 않고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북한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국도 역시 전쟁을 하고 싶어 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국익과 국제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북한이든 중국이든 미국이든 그들의 선택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 북한사람은 머리에 뿔이 달린 늑대가 아니며 이승만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멍청이고 한국전쟁 당시에 국군과 미군은 양민을 학살했습니다.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남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슨 도움이 됩니까? 북한이 1인독재세습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남북문제에 감성적인 접근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냉정함을 되찾고 두 가지 옵션 외에 다각적인 대안옵션을 제시해야 합니다.

#7. 대안적 옵션

군사적 대응이나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이 어렵다면 제3, 제4의 다각적인 옵션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국제사회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외교적 해법이죠. 한국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북방경제협력으로 북한을 경제적으로 포위하고, 중국이 북한으로의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등 극한의 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것입니다.

외교적 해법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는 것이 선호되긴 합니다만 이것이 실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북방경제협력은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기다릴 수 없고, 북한으로의 원유공급을 중단한다고 해도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버티면서 핵개발에 매진했던 북한이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걸어 나와 무장해제를 선택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오히려 극한에 몰린 북한의 독기(毒氣)만 부추길 수도 있죠. 게다가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북한을 극한까지 몰아가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8. 군비경쟁

외교적 해법이 어렵다면 대안적 옵션으로 남은 것은 군비경쟁입니다. 한반도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한국의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해 우리가 군비를 지출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에는 인건비의 개념이 없는 등 군비의 셈법이 정상적인 국가들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고는 하나 UN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한국의 군비지출을 따라오기는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군비경쟁은 언젠가는 북한이 먼저 지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하지는 못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으니, 최소한 북한이 다음의 사고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트럼프에게 남은 시간은 ‘비지니스 타임’입니다. 군비경쟁은 미국 내에서 동맹을 동원하여 불량국가를 응징하려는 강경파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트럼프 간에 이해(利害)가 일치하므로 한국과 거래의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실현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라 할 수 있지요.

비교적 정치적 부담이 적으면서 군비지출을 할 만한 분야는 KAMD 등 한국의 다층방어망을 조기에 구축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SM-3 미사일을 구매해 주고 중고도 미사일 방어망은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L-SAM과 주한미군의 THAAD를 섞어서 배치하는 것이죠. 저고도 역시 우리의 천궁과 PAC-3를 섞어서 도입할 수 있겠습니다. KAMD와 함께 킬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탐지체계 분야 사업에도 국방비를 조기 집행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군비지출을 하면서 미국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우선 미군의 확장억제 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배치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조건부로 미국의 B61-12와 같은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자고 제안할 수 있겠지요. 이른바 NATO식 핵공유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이라거나 중국의 경제보복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므로 반대한다는 주장들이 있고 청와대와 민주당도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술핵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서 동북아의 신냉전체제를 가속화한 것은 북한이므로 우리에게 책임이 없고 우리도 우리의 안보이익을 주장할 권리가 있으며, 전술핵을 요구하지 않으면 한국은 배짱이 없다고 판단하여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속된 말로 호구잡히기가 더 쉬운 것이죠. 아마추어 청와대와 외교라인보다 차라리 국방부와 군의 판단을 믿고 싶습니다.

#9. 묵시적 MAD

이하의 이야기는 무식한 일개 소시민이 쓰는 소설(?)입니다. 외교적 해법과 군비경쟁은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가속화하고 남한을 배제한 채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것을 방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전시효과(展示效果)는 있겠지만 말로만 NATO식 핵공유이지 사실상 미군이 운용하는 것이므로 한국의 자주권을 강화시켜주지는 못합니다.

냉전시절 프랑스는 소련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프랑스를 위해 보복해줄 수 있느냐며 핵개발을 추진했었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들은 중국 측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보다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장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며 미국은 이를 제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한 사실로 통보했다’(made the case)”고 합니다[*]. 미국은 북한이 자신을 직접 공격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동북아 문제는 동북아의 당사국들이 해결하라며 책임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을 위협할 ICBM만 갖지 않는다면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묵인할 명분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통미봉남을 방지하고 한국이 자주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얻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 간 ‘공포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당장 핵무장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NPT를 탈퇴할 필요도 없습니다. 은근히 기술적 준비를 해가면서 서서히 핵옵션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공학이나 기술 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지만 세간의 추정으로는 한국은 1년 6개월짜리 핵옵션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합니다. 핵투발을 결심하고 18개월 후에 실행할 수 있을 수준이라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 6개월짜리 핵옵션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미 현무미사일 등 핵탄두의 운반수단은 가지고 있으므로 군이 주도적으로 핵개발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폭장치는 민간기업인 H사가 고폭탄 실험으로 확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미 원자력연구원이 2000년에 우라늄 고농축 실험을 성공한 해프닝(?)이 있었다고 하죠. 원자력연구원은 또 실수(?)로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숨길 필요도 없죠. 과거처럼 우리가 실수로 우라늄을 고농축했다고 IAEA에 신고하고 사찰을 성실히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또 실수를 반복할 수 있겠죠.

우리에겐 사용후핵연료가 엄청나게 쌓여있으나 이것을 원자력발전에 다시 사용하기 위한 재처리시설이 없어 계속 쌓아놓고만 있습니다. 일본은 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요. 최근 우리는 월성1호기를 폐쇄했었죠. 그런데 월성1호기가 고속증식로이고 재처리시설로는 고속증식로가 안성맞춤이라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고농축 우라늄의 확보가 가능하다면 굳이 핵실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임계전핵실험 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도 Nuke의 제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의태된(simulated) Nuke 100개만 있어도 ‘공포의 균형’은 달성 가능하리라 예상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명시적으로 인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북한이든 미국과 중국이든 한국이 Nuke를 가지지 않았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들면 됩니다. 심지어 우리조차도 우리가 레드라인을 넘었는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유사시에는 NPT탈퇴를 선언해버리고 다음날 Nuke를 장착한 운반수단을 실전배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핵옵션으로 묵시적인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상호파괴확증) 상태를 만들면 국제사회,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에 제재를 가하려 하겠죠. 중국이 미국과 UN을 통해 한국에 제재를 가하려 하면 우리는 의태된 Nuke의 샘플을 그냥 미국에 넘겨버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우리의 Nuke를 분석해서 실전배치용 수준으로 완성되었다고 하면 한국의 Nuke 보유를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이 경우 우리는 NPT를 탈퇴하고 Nuke를 실전배치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우리는 NPT를 탈퇴할 필요도 없이 NCND 상태를 유지하면서 Nuke를 제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합리적 의심을 유발하여 묵시적으로 MAD상태에 돌입하고, 국제사회가 우리를 제재하려 하면 NPT 탈퇴를 선언하여 핵무장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NPT탈퇴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을 것이지만 파키스탄 케이스처럼 우리는 우리의 안보가 위태로움을 호소할 수 있고 미국에 동맹의 이익을 확장 제공함으로써 가혹한 제재를 피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미국에는 제주해군기지를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미 항공모함의 기항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나라가 위험한 협상을 벌이려면 위험의 경사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1천만 서울시민이 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한 인계철선이라는 말에 불쾌하셨나요? 노무현 정부시절 주한미군을 전방에서 후퇴시켜 평택으로 이전하겠다고 하자 한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방지하기 위한 인계철선이라며 미군을 후방으로 이전시키려는 정부를 비난했었죠. 아마도 외국인들은 남의 나라 군인들을 자국의 인계철선으로 취급하는 한국인들이 비겁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국제사회가 우리의 외교적 목소리를 새겨듣지 않는 것은 한국의 경제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한국은 겁쟁이여서 자신이 직면한 문제에서 조차도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대화와 교류의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의 표적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런 위험도 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평화체제를 정착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조차도 임계선이 어딘지도 모를 위험의 비탈길로 뒷걸음쳐 들어가야 합니다.

#10. 이야기의 끝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으로 맺어야 하겠지요. 남북간 묵시적인 공포의 균형이 달성되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만들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림 2>에서 갑돌이가 한국이라면 갑순이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입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비핵화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대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이 북한과의 묵시적 MAD를 추진하여 말썽(?)을 일으키면 국제사회는 한국에 주목하게 되고 우리의 보복확증전략을 막으려는 중국과 미국을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테이블로 불러올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한, 유사시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i) 미육군은 휴전선 이북으로 진군하지 않고 ii) 중국군은 북중 국경을 넘지 않는다는 협정을 한-미-중이 체결해야 합니다. 첫번째 조건은 내용상 북한과 중국이 원하는 평화협정과 같은 것이고 두번째는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사협정의 체결 움직임이 나타나면 북한은 소외되지 않고 미국과 종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스스로 신사협정의 테이블에 앉으려 할 것입니다. 그러면 러시아와 일본 역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경제개발 지분을 얻기 위해 협정의 테이블에 참여하려 하겠지요.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입니다. 신사협정이 마무리되면 비로소 휴전을 끝내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정착됩니다. 그런 후에는 우리가 남북교류와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http://m.segye.com/view/20170909000186
[**] https://youtu.be/pkeOQceYv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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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어떤 정치세력과도 관계없고 어떤 정치인과도 무관한 일개 소시민의 비전문적 의견일 뿐입니다.

2) 저를 정신나간 소설가라며 비난해도 괜찮습니다. 모욕적인 언사만 아니라면 누구든 이 글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3) 이 글은 원래 9월 10일에 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입니다. http://fb.me/2k8RKSsCb


#벼랑끝전술  #북한  #북핵  #위험의경사구조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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