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이후 안보 전망

- 정상들의 목적함수 = 각자의 정치적 이익함수
- 공화당이 승리하는 경우: 트럼프-김정은의 직접 협상. 협상 물건은 ICBM과 한국.
- 공화당이 패배하는 경우: 트럼프 vs. 김정은 충돌. 트럼프는 문재인에 보복.
- 승패가 어정쩡한 경우: 재선까지 지루한 현상유지 도모.


제가 4월의 남북정상회담 이전부터 문재인은 Devil's Advocate라고 평했었는데[1], 얼마 전에는 블룸버그통신이 문재인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하더니[2] 이번에는 NYT가 김정은은 문재인보다 더 나은 대리인(agent)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 했다고 합니다[3]. 이제는 “문재인은 김정은의 시다바리”라고 해도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나마 정신상태가 정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부터 문재인 정부의 북한에 굴욕적인 태도에 반발하기 시작했고 온라인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안보 여건이 전환점을 맞으리라 예상됩니다. 이하에서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안보 여건을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이제는 저만의 예측이라기보다는 온라인 상의 이런저런 논의들을 둘러보고 참고해서 정리하여 전망합니다.


■ 정상들의 목적함수 = 각자의 정치적 이익함수

현재 한국의 안보환경을 둘러싼 게임은 남북미 3명의 정상들이 플레이어로 역할하고 있으므로 안보 전망을 위해서는 우선 정상들의 목적함수를 분석해봐야겠습니다. 다만, 정상들의 정책목표가 평화적 민족통일이니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정착이니 세계평화의 수호라느니 하는 위선 가득한 레토릭들은 걷어치우도록 합시다. 아직도 이런 레토릭을 그대로 믿는 순진한(?) 자들이 있을 리도 없거니와 만약 있다면 사실은 순진한 게 아니라 자기최면에 빠진 멍청한 것들이죠.

정상들의 목적함수를 간략히 규정하자면 각자의 정치적 이익입니다. 즉, 각자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보위기 국면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먼저 트럼프입니다. 트럼프는 열등감의 화신이죠. 오바마, 부시 등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열등감이 대단히 심해 보입니다.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다가 얼떨결에 공화당 정권으로 굴러들어왔으니 어쩌면 트럼프의 콤플렉스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임들의 정책은 뭐든지 뒤집으려 하고 지나친 자기애를 대중에게 보여주려 오버리즘의 극단을 달리는 것이죠. 김정은과 문재인은 트럼프의 이런 열등감과 자기애를 간파해서 트럼프를 유혹했으리라 봅니다. 세계평화의 수호자라는 명예를 미끼로 삼아 트럼프의 명예욕을 자극하여 김정은과 접촉하게 한 것이죠.

트럼프의 목적함수는 자신의 재선입니다. 재선을 위한 중간목표는 미국까지 도달가능한 북한의 ICBM 위협부터 우선 제거하는 것입니다.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해봤자 별로 이득이 없음을 깨달은 듯 합니다. 북한을 비핵화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음을 깨달은 것이죠. 문재인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문재인을 믿었었다니 트럼프도 좀 멍청한 자임이 확실합니다.

김정은의 목적함수는 한국에 대한 자신의 군사적 지도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한반도를 군사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서라느니 경제개발을 위해 팔아먹기 위해서라느니 하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로 NL들이 상대방을 설득하려하는 짓은 지성에 대한 모독입니다. 정치인들과 정치권 주변의 딴따라들은 더 이상 국민의 지성을 모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북한의 경제발전은 김정은의 부차적인 목적일 뿐입니다.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도력을 확보하면 김정은은 NL이 주도하는 남한정부를 통해 한반도의 독재자로 살 수 있지요. 북한의 경제발전은 한국에 빨대 꽂아 쪽쪽 빨아대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김정은의 군사적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간목표는 북한의 핵보유는 인정받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은 제거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중간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은 문재인을 활용하는 것이었죠. 문재인을 활용해서 트럼프에게 접근할 수 있었고 트럼프를 꼬드겨서 북한의 핵보유와 종전선언, 유엔사 해체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했지요.

시다바리의 목적함수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 김정은과 중복되니까.


■ 공화당이 승리하는 경우: 트럼프-김정은의 직접 협상. 협상 물건은 ICBM과 한국.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는 경우부터 전망해봅시다. 상원은 물론이고 하원까지 공화당이 다수를 확보한다면 공화당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되면 트럼프는 자신감을 얻고 재선을 위한 자신의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북핵협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리멸렬한 협상 상황을 끝내고 트럼프는 김정은과 다시 직접 협상에 나서리라 봅니다. 다만, 이제는 새로운 협상국면에서 문재인이 역할할 공간은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문재인의 안보정책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아 방해만 되는데다가 문재인의 말은 김정은의 녹음기를 그대로 틀어놓은 것과 같으니 문재인이 중간에 있어봤자 귀찮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도 트럼프와 직접 협상하는 것을 선호하겠죠. 애초에 김정은에게 문재인은 쓰고 버리는 카드였습니다. 문재인의 용도는 미국으로의 접근용이었으므로 문재인이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면 김정은에게 문재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카드가 됩니다. 귀찮은 카드는 버리는 게 맞지요. 결국 문재인은 트럼프와 김정은 양쪽 모두에게 왕따당하는 처지로 전락할 것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문재인을 배제한 채로 직접 협상한다면 협상의 효율성이 높아져 타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경우 서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수용해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정은은 미국으로 도달가능한 북한의 ICBM 능력을 포기하고 폐기하리라 봅니다. 그 대가로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고 한국을 위한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하라고 요구하겠죠.

트럼프로서는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줄만 합니다. 북한의 대미 직접 공격 능력을 제거하면 트럼프로서는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협상으로 이루어냈다며 자신의 업적을 치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한국인들은 문재인을 빨아댄다고 하니 북한을 계속 압박해봤자 괜히 김정은과 문재인을 빨아대는 한국에서 반미감정만 생길테고 그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위한 방위공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지요. 결국 트럼프에게는 한국의 안보를 김정은에게 넘겨줘버리는 것이 손해 볼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 공화당이 패배하는 경우: 트럼프 vs. 김정은 충돌. 트럼프는 문재인에 보복.

공화당이 패배하는 경우 트럼프는 더 불안해지겠죠. 하원에서 패배할 뿐 아니라 상원을 온전하게 사수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라면 공화당의 패배라고 볼 수 있지요.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는 약화되어 재선가도에 불확실성이 커지겠죠. 미국 민주당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 독재자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트럼프를 압박하고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를 비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입니다. 심지어 미 행정부 내에서도 트럼프의 영(令)이 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국내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외부로 돌리고 싶을 것입니다. 북한에게는 다시 압박모드로 전환하겠죠.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하고 중국에게는 다시 북한으로 원유공급을 더 줄이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김정은이 반발하겠지만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에 대한 해상차단에 나서거나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북핵 협상이 실패한 책임을 문재인에게 돌릴 가능성이 큽니다. 문재인이 자신은 중재자라고 포장하면서 실상 김정은의 에이전트로 활동했기에 김정은이 트럼프를 기만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트럼프는 문재인을 징벌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이나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충돌하면 김정은 역시 에이전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시다바리는 용도폐기시키고 내쳐버릴 수도 있겠죠.


■ 승패가 어정쩡한 경우: 재선까지 지루한 현상유지 도모.

미 중간선거에서 승패가 모호하여 공화당이 승리했다고 하기도, 패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결과도 있을 수 있겠죠. 하원에서 패했지만 의석 차이가 크지 않고 상원의 다수를 온전하게 사수한 경우입니다.

사실은 이런 경우 안보전망을 예상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무언가 국면전환의 동인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런 경우 트럼프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을 적극적으로 끌고가기 보다는 지금처럼 김정은에게 적당한 립서비스나 해주면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고 자신은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주기 보다는 아예 북한 문제를 외면해 버려서 재선까지 무탈하게 현상유지를 도모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트럼프의 문재인에 대한 신뢰는 없어졌기 때문에 문재인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김정은 역시 시다바리의 용도를 폐기시키겠지요.


[1] The Dotard and Rocket Man
https://forestofscholar.blogspot.com/2018/05/the-dotard-and-rocket-man.html

[2] 외신 "文 대통령, 김정은 수석 대변인 됐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7/2018092703586.html

[3] NYT(뉴욕타임즈), “김정은, 문재인보다 더 나은 대리인(agent) 발견하기 어려울 것”
https://blog.naver.com/kimhs2769/221388280750


#김정은  #미국중간선거  #북한  #북핵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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